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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섭 연수원장 취임의 변辨(20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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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1 작성일25-02-03 16:23 조회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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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섭 연수원장 취임의 변(2020.5.19)

 

yjd-hj.jpg씨족이란? 공동의 조상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뜻합니다. 즉 같은 핏줄을 가진 종족宗族들로 연결된 사회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특히 부계 중심의 씨족사회를 우선으로 합니다. 15세기 족보族譜의 출현은 그 공동체에 남이 아닌 우리라는 의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족보 없이는 확인할 수 없는 먼 혈연관계를 인식하며, 친족이라는 불변不變하는 소통의 네트워크를 구축합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직계가족이 핵가족으로 변천하며,부계 중심의 씨족사회는 빠르게 붕괴하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 들어 성리학性理學이 심화 발전되고 《주례周禮》를 중시하며, 부계 중심의 가족의 개념이 확립되었지만, 현대에 이루어 가족의 개념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되고 있습니다. 친족의 촌수寸數, 호칭의 개념도 그들 셈하기, 부르기 편한 방식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씨족사회는 퇴화 중입니다.

 

특정 혈연집단에서 대대로 적장자嫡長子를 중심으로 한 부계혈통의 정통성이 계승되는 종가宗家 역시 날이 갈수록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시조始祖로부터 적장자로만 이어진 대종가大宗家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만의 독특한 종법이며, 문화인 즉 국가, 유림, 또는 문중을 대표하는 불천위不遷位로 추대된 현조顯祖를 모시는 파종가派宗家는 꽤 현존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조만간 사라질지 모릅니다. 가계家系와 가통家統을 잇고 조상에 제사를 모시는 사손祀孫의 존속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명문 가문일수록 지키려고 가진 노력을 다하겠지만 지금의 가족제도로는 적통嫡統을 잇기가 쉽지 않습니다. 머지않아 종손宗孫과 종부宗婦의 개념도 흔적 없이 사라질지 모릅니다.

씨족 및 가문의 근간이 되었던 성리학인 조선의 유교 문화가 통째로 흔들리는 이 시대에 조선 문명사회가 붕괴하며 남긴 흔적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직도 남아있는 흔적 중 후세대에 전달해줄 전통 가치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 풍양조문豐壤趙門의 젊은이들에게 가문의 전통과 비전을 어떻게 심어줄 수 있을까? 풍양조씨연수원장으로 취임을 하며,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사념思念들 입니다.

저는 연수원장에 임하며, 그간 선대 원장님들께서 펼쳤던 유산을 소중하게 받들며, 이들을 더욱 심화 발전시키기 위한 저의 소견所見 몇 가지를 피력하고자 합니다.

 

첫째, 조문趙門 역사와의 만남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하였습니다. 가문역사에 대한 인식은 현대사회와 현실에 대해서 어떤 문제의식과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가가 우선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역사적인 담론과 지식을 일깨운다면 그 가치관은 더욱 충실하고 진보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말할 수 없는 과거의 기록들을 대화의 장에 끌어들이는 일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의최초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계기가 되어서 그의 유별난 가족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파란만장한 여행을 떠납니다. 즉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해답을 찾아 아버지의 고향 아프리카 케냐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자기 가족의 아프리카 계보를 접하며 선대 부계 뿌리를 찾았고, 잔인한 빈곤과 부족 간 갈등으로 점철된 나라에서 아버지가 인내와 희망의 정신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힘겹게 나아가며 살고 부대껴야 했던 아픈 진실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분열된 선대의 유산과 감동적으로 화해를 합니다. 이렇게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은 가문역사와의 만남을 통한 가문의 재발견과 긍지이며, 가치관의 재정립입니다. 뿌리의 탐구는 시조 시중공侍中公 맹孟은 바우였다로 시작되는 풍양인豐壤人 역사를 주체적으로 자각하며 나라는 존재를 재인식해 가는 과정입니다.

 

둘째, 조문趙門 문화의 자긍심입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된 대표적인 씨족 마을로 안동의 하회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500여년 동안 촌락이 형성되며 조선시대의 유교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입니다. 우리 가문도 그에 필적할 만하지 못하지만 버금가는 문화유산으로 상주의 검간공黔澗公 휘諱 정靖 종가인 양진당養眞堂을 꼽을 수 있습니다. 1626년에 지금 종가자리에 제사와후손들의 학문 강론講論과 강학講學 그리고 독서 매진을 위해 건립하였다고 합니다. 풍양조씨연수원이 이곳에 있는 것도 그 존재의 가치 때문입니다. 이 고택은 보물제 1568호로 지정될 만큼 아직도 조선 중기 건축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보물1004-2호로 지정된 고문서와 전적典籍도 다수 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풍양조씨보각豐壤趙氏譜閣이 이곳에 있습니다. 이 보각 안에는 조문의 자랑스러운 계통과 혈통을 기록한 1731년 창간한 신해보辛亥譜부터 병술丙戌 삼중간보까지 934판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검간공黔澗公 휘諱 정靖과 가규공可畦公 휘諱 익翊 형제분을 배향한 장천서원長川書院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예산에 포저공浦渚公 익翼의 사상을 선양하기 위한 도산서원道山書院을 비롯하여 조문에는 많은 문화재, 고문서, 및 전적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문화란? 인간집단이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자연을 변화시키는 과정의 물질적·정신적인 소산물입니다. 씨족의 문화 역시 그 집단에 따라 독특한 생활양식과 상징체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모든 씨족이 보유하고 있진 않습니다. 씨족문화는 명가名家의 위대한 선대문화先代文化 상징체계이고, 소중한 고유固有의 전통가치체계이며, 우리만의 자긍심을 주는 유산입니다. 따라서 씨족문화는 새롭게 출현한 문화와 충돌하고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후손들에 의해 잘 보존되고 재창조하며 진화되어야 합니다.

 

셋째, 조문趙門 예학의 바른 이해입니다.

공자의 핵심사상인 인仁은 인간관계의 최고의 가치이며, 실천덕목입니다. 공자는 극기복례위인克己復禮爲仁라며 예禮를 인仁의 실천 방법으로, 자신을 극복하고 예법을 회복하는 것이라 해석했습니다. 예란? 인간의 도덕성에 근거한 사회적 질서의 규범과 행동 절차로 유교적 의례儀禮를 뜻합니다. 조선시대의 예학은 대체로 사례四禮 즉 관冠·혼婚·상喪·제祭 중심의 의례를일컬으며, 주희朱熹의 가례家禮에서 유래합니다. 천지개벽의 디지털시대에 생뚱맞게 공자의 예이냐고 반문을 하겠지만, 공자사상을 비판했던 마오쩌둥의 중국이 공자학당孔子學堂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합니다. 공자는 유일신에 의존이 아닌 사람이 사는 세상일은 사람이 해결하고, 사람이 세상일을 해결하는 이데올로기로《인仁》의 사상을 설파했습니다. 극기복례克己復禮란? 이 혼탁한 세상에 모든 욕망을 버리고 도덕적인 인간이 되라는 공자의 외침입니다. 무너진 가치관과 윤리의식 재건을 위하여 임진란 이후 예학이 발전하였듯이 인공지능이 가져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자면 인의 실천인 예학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소중합니다.

 

시대의 변화로부터 씨족사회는 존립 가능할까? 나는 그를 지킬 수 있는가? 우리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영원한 시대적 낙오자가 되어 종국에는 매몰되고 말 것입니다. 뿌리 교육의 기저基底는 젊은이들이 꼰대 문화라 폄훼하는 고정관념의 혁신이며, 시대정신과 함께함에 있습니다. 그리고 옛 명가名家의 전통을 되찾는 일입니다. 포저공浦渚公 휘諱 익翼의 거실명居室銘에 붙이는 여지영勵志詠으로 연수원장에 임함을 다짐합니다.

 

학문은 성현의 학문을 좇고 / 學從聖賢之學來

마음은 성현의 마음과 함께할지라 / 心與聖賢之心合

발은 성현의 문호를 밟을 것이요 / 足履聖賢之戶門

몸은 성현의 가택에 머물지니라 / 身居聖賢之家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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