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묘 봉변 알림문

시조묘 봉변 알림문

글자작게 글자크기 글자크게

ma01.png 시조묘 봉변 알림문(墓所逢變時通文)

 

증이조참의 척 贈吏曹參議 滌1) 통문

서울과 시골이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연락이 되지 않아 좋은 일이던 언짢은 일이건 간에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경조사慶弔事에도 예절을 갖추지 못하니, 애초에는 한 몸에서 분파分派된 친족이 이제는 남과 다름없게 되었습니다. 종친 간에 의논할 일이 있을 때마다 이같이 되지는 말아야지 했는데 서로 간에 경모傾慕 만 할 뿐 만날 길이 없음을 한탄만 할 뿐입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을 당하였기에 그 사정을 간략하게 보고 드리고자 합니다. 선대 시중공의 묘소가 풍양에 계시는데 성능成陵으로 추숭追崇2)  으로 인하여 봉내封內에 있는 개인 분묘는 모두 이장을 요구함에 따라 선조의 분묘도 또한 퇴거 대상 중에 들었습니다.

 

7백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비통한 일을 당하였으니 일문一門의 불행을 어찌해야 합니까? 무릇 천묘遷墓란 것이 수십 년만 지나도 손댈 수 없거늘 하물며 세월이 오래되어 시신이 이렇다 할 형적形跡도 없을 것인데 앞으로 어떻게 최선의 계획을 세워 이안移安3) 할 수 있을지 서글프기만 합니다. 그러나 사태가 이쯤 되었으니 아니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장에 필요한 소요품목을 자손이 되는 종친께서 각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종친은 극히 적고 외읍外邑에 산재한 사람도 변변치 못하므로 재정이 빈약하여 일을 치르지 못하겠으니 매우 민망스럽습니다.

 

상주尙州, 임천林川, 해주海州 등지에 사는 분을 통틀어야 수십 인에 그치지만 벌써 통보가 되었으며, 각자 현지에 성실하고 자발적인 유사有司 1~2인을 선정하여 물자物資을 수합收合하여 미리 모임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모든 종형宗兄께서도 또한 이와 같이 상의해서 잘 조치하시면 어떠하겠습니까? 혹 논의하기를 오래된 묘는 이전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사로이 이러한 내용을 담당자에게 진달進達4) 하여, 다만 그 봉분만 뭉개서 평평하게 할 수 있다면 그래도 파냄으로써 생기는 말할 수 없는 송구함보다는 옳다고 봅니다. 만약 이 말이 실현된다면 우리 형편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이 모두를 논의하여 조언 및 지도 부탁드립니다.

 

또한, 문중에서 논의하기를“ 종친 수십 명이 최선을 다해 모금하여도 분명 대사大事를 치르기에는 부족할 것 같으니 외손들 에게도 각자 약간의 미포米布를 내도록 부탁드렸으면 하니” 여러분들도 검토하여 시행 부탁드립니다. 능역陵役은 중국 사신이 돌아가기 전까지 마친다고 하며, 8·10월이 길삭吉朔이라고 하니, 모든 일을 불가불 서둘러서 결정해야 할 텐데 동서東西로 흩어져 살고 있어 연락이 쉽지 않으니 극히 걱정스럽습니다.

 

장지葬地는 풍양에 사는 자손의 산림山林으로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능역陵役 날짜가 결정되는 대로 곧 재통보하겠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회답이 지연된다면 훗날 후회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통지가 도착하는 대로 곧바로 각항의 사안을 토의하여 합의된 결과를 회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 보내 주실 물자物資의 수량을 결정하여 회신하는 편지에 통보하여 주시면 행심행심幸甚幸甚 퍽 다행입니다.

 

 

[원문]

 

墓所逢變時通文

京外隔遠絶不相聞 吉凶之報莫通 慶弔之禮亦闕 始之一體而分者 今與路人無別 每念同宗之義不當如是 徒相傾慕自恨無由接面而已 適値慮外之事略陳事情 先祖侍中公墓在豐壤 而今因成陵追崇之擧 私墳之在封內者皆當遷掘 而先祖墳塋亦與應掘之中 七百年後有此慘痛之事 一門之不幸如何如何 凡遷墓者僅出數十年之久而尙難措手 況歷歲旣遠塗芻想已無可名之形 將何善策而可以移安耶尤極怛然 然事已至此勢不容已 凡干應用之需必須合力於子孫宗姓 而性親之在京者絶少其散在外邑者 亦不蕃衍財力綿薄將不克事悶極悶極 尙州林川海州等所居通共數十人 而止業已通報 使之各於所在擇定勤幹有司一二人收聚貨物預期來會矣 諸宗兄亦望依此例商議善措如何 或議古墓遷動事勢極難 若私陳曲折於任事之人 只夷其封而平之則猶愈於掘發之有不忍言者 若此說得行則揆之情事便否如何 通議指揮爲幸 門中又議云 姓親數十許人雖盡力收合必不足以供大事 亦令外孫各出若干米布則庶可少補 僉須量施 陵役以 華使回還爲限 而八月十月爲吉朔云 凡事不可不先期周旋爲定 而散在東西通間未易極可慮也 葬地則當用豐壤姓孫墳山爲定矣 俺等且待陵役定期卽當再通 而遠地之事若復遲延等待 則必有後事之悔 書到之日卽須會議各項事宜報以會同之 遠策且議定 出物之數幷錄於通答之書 幸甚幸甚

 

 

 <>

  1) 척[滌, 1573 ~1616]. 자는 사신(士新), 창강(滄江) 속(涑)의 큰 형님이며, 풍옥헌(豐玉軒) 수륜(守倫)의 아들이다. 이조참의에 추증되었다.

  2)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이에게 제왕의 칭호를 주는 행위이다.

  3) 신주나 영정 따위를 다른 곳으로 옮겨 모시는 것이다.

  4) 관하(管下)의 공문 서류를 상급 관청으로 올려 보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