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묘 복원 제문
시조묘 복원 제문(封墓時祭文) |
후손 부제학 포저 익(浦渚 翼) 지음
유維 숭정崇禎 삼년(인조8년, 1630) 세차歲次 경오庚午 10월 병오丙午 삭朔 초 10일 을묘乙卯에 후손 전현감 흡潝 등은 시조 통합삼한 벽상개국공신 상주국 삼중대광 문하시중 평장사 부군께 고하옵니다. 고려 태조께서는 우리 동방을 통일하셨습니다. 지평천성地平天成1) 하였으니 그 공은 무궁한 것입니다. 하늘이 성군聖君을 내리면 반드시 성신聖臣이 있게 마련입니다. 생각하오 건대 할아버지께서는 실로 그분이셨습니다. 풍운風雲이 갑자기 일었을 적에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었습니다. 태조의 원대한 꿈을 실현하는 수족手足이 되어 주셨습니다. 지위는 문하시중門下侍中이란 최고위직에 올랐고 훈공勳功은 개국공신開國功臣이라는 높은 서훈敍勳2) 을 받으셨습니다. 아득한 옛일을 생각하옵건대 7백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여경餘慶3) 이 번창하여 자손이 천억千億4) 이나 됩니다. 내·외손이 대대로 잇달아 벼슬로 빛나고 있습니다.
은택(恩澤: 은혜와 덕배)이 이 땅에 넘쳐서 뭇사람들의 조상이 되셨습니다. 선조宣祖께서 공빈恭嬪을 장사 지냈는데 실로 공의 묘소 뒤였습니다. 그 뒤에 성능成陵으로 숭봉崇奉하게 됨에 공의 묘소는 평장平葬을 당하였습니다. 하늘의 태양이 새로워지니(인조반정을 말함) 성능도 따라서 폐지되었습니다. 여러 자손이 나라에 호소하여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시켰습니다. 4척四尺의 봉분이 영구히 후세에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흡潝 등은 아득히 먼 후대에 태어난 다 같은 후손들입니다. 이제 묘 밑에 모여서 창연愴然히 길이 사모思慕하옵니다. 이에 술을 따라 올리며 감히 고유告由5) 하오니 흠향(歆饗6):신명(神明)이 제물을 받음))하시옵소서.
封墓時祭文 維崇禎三年歲次 庚午十月丙午朔 初十日乙卯 後孫前縣監潝等 敢昭告于 始祖 統合三韓壁上開國功臣 上柱國 三重大匡 門下侍中 平章事府君 惟麗太祖 混一我東 地平天成 萬世其功 天生聖君 必生賢臣 恭惟我祖 實維其人 風雲焂起 魚水其遇 神謨睿算 股肱左右 位極門下 勳高開國 緬焉思昔 年踰七百 餘慶蕃衍 子孫千億 內外世世 冠冕翕赫 澤流區宇 係爲衆祖 先朝葬嬪 實在墓後 厥後崇奉 乃夷其土 天日重新 陵亦隨替 諸孫籲天 爰復舊制 四尺之封 永識來世 某等邈然後代 俱是末裔 來集墓下 愴然永慕 玆薦泂酌 敢以事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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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저집浦渚集』에 있는 다른 형식의 제문(祭文)
삼가 생각건대 고려 태조는 / 惟麗太祖
우리 동방東邦을 하나로 합쳐 / 混一我東
하늘과 땅을 안정시켰으니 / 地平天成
만세萬世토록 그 공이 전해지리라 / 萬世其功
하늘이 성군聖君을 내실 적에는 / 天生聖君
반드시 현신賢臣도 내는 법인데 / 必生賢臣
삼가 생각건대 우리 시조가 / 恭惟我祖
실로 그런 분에 해당되리라 / 實維其人
바람과 구름이 홀연히 일어나자 / 風雲焂起
물고기와 물이 서로 만난 것처럼7) / 魚水其遇
신묘한 계책과 작전을 세워 / 神謨睿算
팔다리처럼 좌우에서 보좌함으로써 / 股肱左右
문하시중의 최고의 지위에 오르고 / 位極門下
개국공신의 최고의 공훈功勳을 인정받았어라 / 勳高開國
멀리 옛날의 그 일을 생각하면 / 緬焉思昔
칠백 년의 세월도 더 흘렀는데 / 年踰七百
남은 경사가 끊임없이 계속되어8) / 餘慶蕃衍
수많은 자손이 번창하는 가운데 / 子孫千億
대대로 내외의 친족을 막론하고 / 內外世世
고관高官이 성대하게 배출되었고 / 冠冕翕赫
온 누리에 은택恩澤이 흘러서 / 澤流區宇
뭇 사람들의 조상이 되었네 / 係爲衆祖
선조宣祖 때에 공빈恭嬪을 장사 지냈는데 / 先朝葬嬪
실로 공公의 묘소 뒤였다오 / 實在墓後
그 뒤에 추숭追崇하여 능이 되면서는 / 厥後崇奉
공公의 묘소가 평장平葬되고 말았는데 / 乃夷其土
하늘의 태양이 새로 떠오르면서9) / 天日重新
능호陵號도 따라서 취소되었으므로 / 陵亦隨替
후손들이 나라에 호소한 결과 / 諸孫籲天
다시 옛 모습으로 회복하게 되었으니 / 爰復舊制
이제는 사 척의 높이로 쌓은 봉분10) 이 / 四尺之封
앞으로 영원히 대대로 기억되리라 / 永識來世
우리들은 까마득히 후대後代에 태어나 / 某等邈然後代
모두 시조를 모시는 후손들인데 / 俱是末裔
지금 묘소墓所 아래에 모여서 / 來集墓下
창연愴然히 영원토록 사모思慕하는 마음으로 / 愴然永慕
변변찮은 술잔이나마 바쳐 올리며 / 玆薦泂酌
감히 저간의 경과를 고하나이다 / 敢以事告
<註> |
1)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이 세상을 잘 다스렸다
2) 나라를 위하여 세운 공로의 등급에 따라 훈장이나 포장을 주다.
3) 남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한 보답(報答)으로 뒷날 그의 자손이 받는 경사(慶事)이다.
4)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뜻이다.
5) 중대한 일을 치른 뒤에 그 내용을 사당이나 신명(神明)에게 고하다.
6) 신명 즉 천지의 신령이 제물을 받아서 먹다.
7) 혼란이 극심하여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던 후삼국 시대에 고려 태조와 시중공이 서로 만나서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의기투합했다는 말이다. 풍운(風雲)은 변화가 극심한 비상시국을 뜻하고, 어수(魚水)는 뜻이 맞는 임금과 신하가 만난 것을 뜻한다. 유비(劉備)가 제갈량(諸葛亮)을 얻고 나서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기쁘다. [猶魚之有水也]”라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三國志 卷35 蜀書 諸葛亮』
8) 『주역』 곤괘(坤卦) 문언(文言)에 “선행을 쌓은 집안에는 후손이 받을 남은 경사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積善之家 必有餘慶]”라는 말이 나온다.
9) 1623년(광해군 15) 이귀(李貴) 등 서인 일파가 광해군 및 집권당인 이이첨(李爾瞻) 등의 대북파를 몰아내고, 능양군 종(綾陽君倧: 인조)을 왕으로 옹립한 정변을 의미한다.
10) 어버이나 선조의 산소를 말한다. 『예기』 단궁 상(檀弓上)에 “공자가 방 지역에 부모를 합장하고 말하기를,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옛날에는 그냥 묻기만 했을 뿐 봉분은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동서남북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니, 표지를 해 두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고는, 이에 봉분을 만드니 그 높이가 사 척이었다. [孔子旣得合葬於防 曰吾聞之 古也墓而不墳 今丘也 東西南北之人也 不可以弗識也 於是封之 崇四尺]”라는 기록에서 유래한 것이다.